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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공작소
너희가 사하라의 후끈 달아오른 더위를 아느냐? 본문
▲ underneath a star |
한국에 와서 처음 맞는 여름입니다. 한마디로 후덥지근한데, 날이 더워질수록 모로코의 제 집(?)이 그리워지는군요. 30평쯤 되는 7층짜리 아파트였는데, 제가 살던 곳은 6층이었습니다. 서양 특히 유럽쪽에서는 우리의 1층으로 0층이라고 표기하는데, 그것으로 따지면 제 집은 5층입니다.
남향집이 아니라 겨울에 좀 춥기도 했지만 여름에는 정말 시원했습니다. 대서양을 방금 건너온 시원한 바람이 에어컨 못지 않은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하라 근처에 사는 우리 동기들을 생각하면 저의 기쁨은 호사에 불과했습니다.
한국에서 아는 동생 한 명이 유럽여행을 마치고 모로코에 입성했었는데, 바로 그때 사하라를 처음 밟게 됐습니다. 동기들의 입을 통해서만 덥다고 들었지 실제로 체험하는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그랑택시라고 부르는 구형 벤츠를 타고, 한 시간 넘게 오아시스를 가로지르며 달려갔는데, 어느덧 눈에 보이는 건 모래뿐인 사막이었습니다.
▲ Chinguetti |
물을 마셔도 마신 것 같지 않고, 땅을 디뎌도 디딘 것 같지 않은 사막의 환경은 어느덧 우리를 유목민(제대로 구렸던 우리의 패션)을 만들어버렸습니다. 최대한 얼굴을 가리고 노쇄한 낙타 위에 몸을 실었습니다. 해변가에서 즐겼던 예민한 말보다는 순했지만 워낙 짐을 많이 얹은 상태라서 다리를 벌렁 찢고 타야 했습니다. 사하라의 사막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었습니다. 작은 모래 알갱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작은 모래산을 만들어댔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보는 듯 했습니다.
갈증해소에 탁월한 <아떼이>
저는 모로코 사람들이 왜 "아떼이(허브티)"라 불리는 달근한 차를 즐겨 마실까 늘 의아했었는데, 사막에 입성하자마자 타들어갈 듯 건조했던 목은 아떼이의 싼티 단맛에 일제히 사그러들었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 모닥불을 피워놓고 낙타가 한가로이 그나마 몇 가닥 남은 마른 풀들을 뜯어먹고 있는 광경을 보다보니 속세의 나는 온 데 간 데 없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사막의 별과 달을 논하고, 지나오던 길에 본 사막의 황홀함을 나누다보니 사막도 저희 만큼 피곤했는지 정적만이 남았습니다.
아무리 덥다고 하더라도 건조하면 덜 덥게 느껴진다고들 말하지만, 실상은 좀 달랐습니다. 흥건한 땀과 젖은 옷, 그리고 연거푸 펌프질을 해대는 뜨거운 햇살과 마딱드리다보면 과연 그 말이 사실일까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생과 저는 단 한 번의 의견충돌이 없이 사하라 여행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남을 위한 배려가 최고가 아닐까?
좀 더 돈을 써서 편안하게 모셨어야 할 동생이었는데, 돈 아낀답시고 대중버스를 태우고, 걷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후미진 곳의 싸구려 식당을 찾았던 저의 궁색한 가이드.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소리 없이 저의 의견을 존중해줬던 동생. 저는 이 여름을 가장 슬기롭게 버텨낼 수 있는 방법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바로 남을 위한 배려라는 걸. 저는 잘 못했지만 동생은 그 누구보다 저를 신뢰해줬고, 파리가 익사한 소스에도 넌지시 미소만을 날려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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