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異상한 나라 모로코

어린 왕자의 초대, 사하라사막에 가다!

수다공작소 2010. 9. 24. 08:51

어린왕자가 여우를 만났던 장소, 사하라 사막
사하라는 그 말 자체가 '사막'이라는 뜻입니다. 

모로코의 에라시디아란 동네를 거쳐 메르주가를 통해 사하라 여행 일정에 올랐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무덥기가 그지없던 6월 끝자락. 40도를 웃도는 무더위에 혀마저도 바싹거리게 만드는 건조함이 몸을 감쌌습니다. 라시드(가이드)를 따라 들어간 곳은 흙으로 지은 작은 숙소였습니다. 문밖에는 낙타 세마리가 열심히 건초를 베어먹고 있었습니다.  

웬만하면 거의 따진, 금요일엔 꾸스꾸스
모로코 사람들은 금요일을 꾸스꾸스 데이라고 부릅니다. 

들어간지 30분이 지나니 오두막지기 한 분이 요기거리를 들고 들어오셨습니다. 그 음식은 모로코 전통음식, 타진Tagine이었습니다. 대개 홉즈라고 불리는 빵과 함께 먹는 음식인데, 더위에 지쳤는지 은근히 맛있게 먹었습니다.  * 꾸스꾸스는 파스타의 일종입니다. 

왜 차를 겁나게 달게 먹을까?
'아떼이Atay'는 모로코 전통 민트티입니다. 

왜 사람들이 아떼이를 그렇게 달게 먹는지 좀 이해할 듯 싶었습니다. 그냥 맹물을 먹었을 때는 계속 물을 찾게 됐는데, 단물을 마셔보니 훨씬 갈증이 덜한 게 다 이유가 있구나 싶었습니다. 

오후의 강렬한 햇살이 가실 때쯤 주변을 둘러보러 가이드와 함께 길을 나섰습니다. 사막의 마을은 백이면 백 다 오아시스 근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지하수는 그들의 생명줄과도 같습니다. 긴 수로를 통해 지하수가 흘렀고, 그 수로 주변으로 개구리가 여럿이 옹기종기 모여있었습니다. 아몬드 나무와 대추야자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서 찬물에 손을 담고 있으니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었습니다. 

사하라는 아주 오래 전에 바다였다.
사하라 화석은 교육용 혹은 장식용으로 해외로 수출됩니다. 

오아시스가 끝나는 지점에서 한 아이가 뭔가를 팔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암모나이트로 만든 목걸이였습니다. 개당 10디람(1500원)이었는데, 같이 온 동생이 싸다싶었는지 두 개를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비록 모래 밖에 없지만, 과거에는 이곳이 바다였다니 참 시절이 무섭습니다. 

드뎌 낙타에 오르게 됐습니다. 말은 예민하고 한 성깔이 있는데, 이 낙타들은 참 고분고분합니다. 누렁소를 타본 경험은 없지만 우직한 황소느낌이라고 하면 어느 정도 잘 표현될 것 같습니다. 오랜 동안 많은 여행객들을 업고 다녔는지 노쇄하고, 죽을 똥 말똥했지만 워낙 근성이 강한 녀석들이라 우리를 안전하게 사하라의 한곳으로 안내했습니다. 

이정표도 없는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두 시간 넘게 움직였습니다. 나와 동생은 낙타라도 났지만 가이드와 현지 안내원은 생다리로 그냥 걸었습니다. 

저녁은 꾸스꾸스였습니다. 나름 캠프장처럼 꾸며진 곳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먹는 모로코음식은 그 자체로 예술이었습니다. 저 멀리 지평선에서 떠오르는 별들의 총총함과, 마음 한견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묘한 달빛의 여명. 동생과 저는 언제 달이 뜨지, 기다리면 사막의 밤을 벗삼아 기나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막이라고 더운 것만은 아니다. 
사하라의 겨울은 은근 춥습니다. 

지금은 한창 여름이라 흰 면을 된 얇은 담요를 덮었지만 겨울에는 꽤 추워 천막 안에서 자야 한다고 합니다. 별 하나의 소망과 별 하나의 설렘으로 어느덧 밤은 깊었습니다. 낙타똥을 주된 먹이로 생활하는 쇠똥구리도 보였고, 작은 도마뱀도 자주 나타났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흰색 아기여우도 보았는데, 어찌나 잽싸던지 동생에게 저거 봐봐, 외치기도 전에 구멍으로 쏙 숨어버렸습니다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일어났습니다. 상황은 정말 심각했습니다. 덮고 있던 담뇨가 아니었으면 모래바람에 완전 묻힐 지경이었습니다. 갑자스런 기상이변으로 두렵기까지했습니다. 깔고 있던 매트릭스가 날리고, 막치 수많은 개미로 이뤄진 전차군단처럼 자잘한 모래알갱이들이 일사분란하게 사막의 표면을 따라 숨가뿌게 움직였습니다. 이 때다 싶어 디카를 꺼내 동영상을 촬영했는데, 모래바람 때문인지 제대로 찍히지 않았습니다. 나중의 일이지만 모래가 어찌나 곱던지 눈이고, 코고, 귀고 한 3일간은 씻을 때마다 사막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사하라의 모래로 선인장으로 키우다. 

라시드가 자기가 먹던 생수병의 물을 버리고 그 안 가득 사하라 모래를 채워넣어줬습니다. 기념이라고 가져가라는 눈치였는데, 만약 그가 일부러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면 모래를 챙기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지금 그 모래는 선인장과 함께 저희 집에 머물고 있습니다. 혹시나 공항에서 뭐라고 하면 어쩌나싶어 싱숭생숭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는데, 아무 탈 없었습니다. 

나중에 가봤더니 선인장 한 놈은 죽어있었는데, 다른 한 놈은 보란듯이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사하라의 모래는 다른 모래들과 달리 유독 곱고, 색깔도 붉은 기운을 띱니다. 물론 사하라의 모래는 그 자체로 시간에 따라 색을 달리하는 매력도 가집니다. 

자연의 경이로움, 그 자체만으로 의미있었던 여행 

처음에는 사하라에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습니다. 여행보다는 집이 좋고, 경비보다는 절약이 우선이라 생각됐기에 그냥 사진으로만 만족하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아는 동생이 와서 움직이게 되니까 참 잘했다는 생각 밖에 안 들었습니다. 살면서 사하라 사막 한 번 가봤다는 것 자체로도 참 뿌듯하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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