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공작소

디즈니 만화동산이냐? 교회냐? 그 때 그 시절 본문

Thinkgood/My thoughts

디즈니 만화동산이냐? 교회냐? 그 때 그 시절

수다공작소 2010. 10. 24. 13:19
Celebrate! A Street Party: Donald and Daisy Duck

음에는 엄마손에 이끌려 교회에 가게 됐어요.   

 디즈니 만화동산이냐? 교회냐? 

디즈니 만화동산이냐? 교회냐? 늘 고민했지만, 그럴 때면 어김 없이 효자손이 회초리로 둔갑하곤 했죠. 대인공포증 때문에 낯가림이 무척 심했는데, 어머니는 그 사실을 잘 모르셨나 봐요.

교회 현관에만 이르르면 몸이 먼저 거부반응을 보였어요. 이름 모를 제 또래의 수많은 아이들이 마치 괴물처럼 느껴졌었죠. 그래서 늘 화장실로 도망치곤 했어요. 일단 예배가 시작되면 예배당 밖은 쥐 죽은 듯 조용해서 저만의 세상으로 변했거든요.

예수님의 형상이 모자이크처럼 그려진 시트지 사이로 찬양하는 아이들이 보였어요. 새끼손가락만한 공간이었지만 예배당 안 풍경이 고스란히 눈에 들어왔죠. 매주 이렇게 지내다보니 혼자 있는 시간이 무척 지루했어요.

...non fidarsi è meglio - my scared cat / gatto

머니께서 유년주일학교의 선생님이 되셨어요.
예배당도 옮겨져서 이젠 도망칠 화장실도 마땅치 않았죠. 근데 다행히 엄마 치마폭이 절 포근히 감싸줬어요. 생각보다 빠르게 적응해 나갔어요. 물론 천성은 어쩔 수 없어 종종 비지땀을 흘리곤 했지만, 철수와 영희처럼 제 지지리 궁상도 철수해 버렸죠. 

새싹은 뿌리가 잘 자리잡을 때까지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저 또한 그랬나봐요. 어머니는 바로 그런 존재셨죠. 이젠 혼자서도 잘 갈 수 있어요.

 문제투성이, 그리고 변화 

는 무척 문제가 많았던 아이였답니다. 일일이 다 언급하기에도 벅찰 정도인데요. 대표적으로 공부에는 완전 젬병이었어요. 한 번도 받아쓰기 100점을 맞아본 적이 없었죠. 그랬던 제게 기도제목 하나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성적을 올려달라는 거였어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성적이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어요. 그렇다고 매순간 올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죠.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죽을 만큼 싫어했었는데, 이제는 대놓고 나대는 사람이 됐어요. 변한 제 자신을 시험해보려고 방송출연도 해봤어요. 정말 달라져도 확 달라졌죠. 그래도 본성은 어디 안 가요. 늘 제 안에는 부끄럼을 타는 자아가 존재하죠. 

 하나님의 선물

는 하나님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어요. 그들은 세상이 줄 수 없는 선물이죠. 일반 친구들은 제가 가진 외적인 것들만 바라보는 경향이 많아요. 그래서 은따도 당해봤던 것 같아요. 하지만 교회에서 만나 사람들은 제 겉모습보다는 제 속사람을 더 중시해요. 그래서인지 그들 앞에서는 마치 아이가 된 느낌이에요.

77 - Happy Mother's Day

교회는 부족했던 제게 늘 기회를 줬어요. 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상처가 됐던 해묵은 비밀을 공유하고, 아무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 같던 마음에 소중한 이들을 품고

저는 사랑의 통로가 되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게 됐어요. 부족한 저도 누군가의 삶을 비춰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의 이유를 갖지 않을까요?

쁜 건 얼마든지 많아요. 하다 못해 죄 없는 콜레스테롤도 몸에 안 좋다고 나쁘다 하잖아요. 소수의 몰지각한 분들 때문에 전체를 싸잡아서 나쁘다 하는 건 옳지 못해요. 진짜 나쁜 놈은 나쁜 놈을 나쁘다 하는 놈일 거예요. 르완다는 유럽제국주의로 인해 피 본 나라 중에 하나에요. 불과 수 년 전만 해도 그 여파로 종종학살이 일어났던 나라지요. 그들 나라에는 전범이 많아요. 나의 형제와 자매를 죽이고, 그 시체조차 짓밟았던 그들이지만 오늘의 르완다는 그들을 용서하고 받아들이고 있어요. 자신의 아비를 죽인 자의 손을 잡고, 그와 함께 미래를 꿈꾸는 한 농부의 모습에 순간 저것이 진실일까 의심부터 앞섰죠. 방송이라 저러는 거 아냐? 싶었는데, 후에 생각해보니 복수가 다 부질없다 싶더라구요.

어떤 사이비 종교의 이탈행동 때문에 전체 교회를 싸잡아 욕하는 모습을 자주 보곤 해요. 이 목사는 목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닌데, 방송에선 이목사라야 시청률이 높게 나온다고 낚인 방송도 하곤 했어요. 세상이 이런 거 어제 오늘의 일 아닌 거 알기에 그저 전 좋은 거어 나만 먹지 않고 조금이라도 나누는 삶 살려구요. 저도 가끔 우리 교회에 나오지 않으련 하는데, 그건 그 친구를 제가 사랑하고 아껴서 그런거지 교회 신도수를 하나 더 늘려주고자 하는 행동은 아니랍니다. 그러니 신만의 생각만으로 세상을 네모나다라고 고집하지 말아주셨음 하네요.

'Thinkgood > My thoughts'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대는  (0) 2010.10.28
개인의 역사: 뚝뚝똑똑한 하루  (0) 2010.10.24
치과에 가야 할 때  (0) 2010.10.05
나의 작음이 큼이 되는 세상  (3) 2010.10.03
모래시계 속 신기루  (0) 2010.09.30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