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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속 신기루

수다공작소 2010. 9. 30. 23:53
Chau número tres
내 영혼의 좌표는 사막 한가운데다. 목이 타들어갈 것 같다. 숨쉬는 것조차 불쾌할 정도로 공기가 붉게 타오른다. 저 멀리 여인의 젓가슴을 닮은 모래언덕 사이로 오아시스가 아른거린다.

"조금만 더 가면 물이 있을 거야."

밟기만 해도 푹 꺼지는 물컹한 갯벌 위를 걷는 사람처럼 도저히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지경이지만 이대로 죽기에 허망하니 젖먹던 힘까지 내보려고 한다.

"신이시여! 부디 이 영혼의 갈한 심령에 단비를 부어주소서."

이마에 맺힌 땀마저 말라 실종된 상황에서 어디 눈물이 가당키나 할까? 사치다. 힘들 때면 언제나 공식처럼 울곤했던 어린 아이였는데... 설사 내 영혼이 육체를 떠나 저 세상으로 날개짓하더라도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 위해 과장된 눈물을 흘렸다면 그 자리엔 무관심만 덩그러니 있겠지? 

"내가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했던 게 고작 신기루였다는 건가? 애시당초 없었던 것."

내 영혼이 자꾸 모래 밑으로 스민다. 그렇게 바라고 원했거만, 그 힘든 시절을 쫓아 여기까지 왔는데 모든 게 신기루였다니... 삶은 늘 그렇게 날 유혹하고 이내 곧 마음팍에 생채기만 남겼는데, 어찌 난 마지막 남은 숨을 내쉴 때까지 헛것에 사로잡혀 죽어가는 걸까?

"내가 해 아래서 행하는 모든 일을 보았노라 보라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전도서 1장 14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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