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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수요일 12시 18분, 나의 오늘은?!

수다공작소 2011. 10. 19. 13:08

■ 나는 스크루지다?!

건강도 챙기고 다이어트도 할 겸 겸사겸사 점/저녁을 안 먹기 시작했는데, 벌써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다. 좀 더 엄밀히 말하면 아예식음을 전폐하는 무식한 다이어트는 아니다. 그 대신 아침에 챙겨온 바나나 두 쪽을 점심, 저녁으로 나눠서 끼니를 떼우다. 본래 "Out of sight, out of mind'라고 먹을 것이 눈에 보이지 않으면 식탐이 생기지 않는다.

몇몇 사람들은 이런 다이어트를 비꼬기도 한다. '점심값을 아껴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버젓이 남들이 듣는 앞에서 <짠돌이>라 놀려댄다. 뼈속까지 그 사람을 모르면 함부로 저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는데, 괜실히 그 용렬함에 승질(성질)이 난다. 처음에는 점심만 걸렸는데, 이제는 공짜로 주는 저녁까지 거르다 보니 그런 폄하 섞인 말이 사라졌다.
 
어려서부터 절약 정신이 몸에 물씬 배어서 인지 남들보다 돈 쓰는 데 인색하다. 그렇다고 해서 쓸 데 안 쓰는 <놀부>나 <스쿠르지>는 아니다. <나의 "작음"이 "큼"이 되는> 아프리카에서 작은 것으로도 충분히 큰 기쁨을 누릴 수 있음을 몸소 배웠기에 조그한 노력으로 아이들의 손에 연필 한 자루를 더 쥐어줄 수 있게 됐다.

■ 일랜드에서의 생활

회사에 들어온지 1년이 조금 넘었다. 일이 터무니 없이 많아서 <일랜드>라는 꼬리표를 달았다는 선입견은 사실이었고, 야근을 안 하면 불안해지는 일중독에 빠져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힘든 과정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그것은 <감사>다. 물론 시시때때로 터진 풍선마냥 불평불만을 하기도 하지만 지난 백수시절을 돌이켜보면 작게 나마 나눠줄 수 있는 현재가 있기에 감사할 따름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어려서부터 워낙 낯을 심하게 가리는 탓에 회사 생활 초기 <버릇 없다>는 평가를 받곤 했다. 물론 억울한 평가지만 지금으로써는 어쩔 도리가 없다. 다만 <나는 낯을 원래 심하게 가린다>라고 PR할 뿐이다. 점심 시간 매번 일을 했는데, 이런 나 자신에 대해 돌이켜보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갖고자 블로그에 접속했다.

■ 블로그유얼라이프

블로그는 참 많은 것들을 선사했다. 매달 통장으로 들어오는 <금전적 혜택>은 둘째 치고서라도, 우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것 중에 하나인 블로그를 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였고, 이를 통해서 얻게 되는 부수적인 것들이 삶의 자양분이 되어줬다. 지금은 터무니 없이 바쁜 통에 블로그의 "블"은 고사하고 인터넷 서핑조차 하기 힘들지만, 이를 통해 얻은 다양한 지식들이 삶 속에서 잘 활용되고 이어지고 있다.

■ 독서는 나의 힘

요즘 가장 필feel이 꽂히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인데, 엄밀히 따져 말하면 발췌독에 가깝다. 가까운 교보에 들려 무작위로 네다섯 권의 책을 손에 쥐고  <채움>으로 향한다. 금주 주일에는 영문 원서와 화장품에 관련된 책을 몇 권 봤다. 어떤 이는 이런 학구파적인 모습에 내심 반하겠지만, 실상은 그와 반대다. 어려서부터 Motion Visual Art; TV를 너무 좋아해서 독서는 타인의 고상한 취미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고3때까지 읽은 책이라곤 <나의 라임오렌지나무>와 교과서가 전부일 정도였으니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이런 자가 500 페이지가 훌쩍 넘는 소설을 4시간 말에 훌러덩 읽어버리게 된 것이다.

■ 공짜심리

모로코에서 코이카 단원으로 봉사활동을 할 때 매주 네다섯 권의 책을 빌려가곤 했다. 연초 단원들의 문화생활과 자기계발을 위해 한국에서 보내온 따끈따끈한 신간서적을 그냥 지나칠 생선 앞의 고양이가 어디있겠는가? 그 이후로 폭식하듯 책을 읽었다. 아는 분도 있겠지만 제 3세계 국가에서 외국인이 할 수 있는 거라곤 면벽수련 외에 그다지 없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서 집에 오면 100메가 바이트로 6시간 가까이 다운받아야 겨우 범접할 수 있는 <선덕여왕>을 볼 수 있었는데, 그것 외에는 남는 게 시간이라 그때부터 버려진 시간들을 독서로 채웠다. 공모전의 여왕이 썼다는 책을 읽고서 인터넷으로 공모전에 참여도 해보고, 마케팅 관련 서적을 보면서 블로그의 기초를 닦이도 했다. 시작은 미미했으나 그 끝은 창대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나의 독서입문기다.

서른만 넘으면 세상이 끝날 줄 알았는데, 여전히 나의 하루는 어제와 연결되어 내일을 향해 흐른다. 약속을 잡고, 계획을 세우고, 하루하루 늘어만 가는 얼굴의 잔주름에 진한 에센스 한방울 도포하고, 흘러가는 세월을 인식하지도 못한 채, 다람쥐 쳇바퀴처럼 하루하루는 버텨낸다.

이 정도 나이가 되면 삶의 무게가 꽤 늘어나 들기도 버거울 줄 알았는데, 아직도 내 안에는 <어린 아이>가 살 만큼 그 무게가 가볍다.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My brand new day>를 꿈꾸며 하루하루 작심삼일의 마법 속에 갇힌 어린 나를 깨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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