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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의 아내, 그녀의 눈물 겹던 한 달

수다공작소 2011. 1. 30.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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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하면 달라지겠지 했다. 그가 이혼남이고 슬하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뱃속의 아이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친정오빠는 그와 결혼하면 다시는 나와 마주하지 않겠다고 어름장을 놓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외계인의 집에서 나왔다. 어떤 대안도 없이 무작정 팔순된 아버지의 지하 단칸방으로 몸을 옮겼다.

한 겨울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오늘, 나는 그렇게 대책도 없이 살얼음이 언 세상으로 몸을 실었다. 남편은 밥 먹듯이 이혼을 말했고, 시아버지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출산 후 우울증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울었던 나였는데, 직장을 통해 알게 된 한 사람으로 인해 다시 '희망'을 꿈꾸게 됐다.

나는 면세점에서 오랜 동안 일한 경력이 있다. 남편과 관계가 뒤틀리면서 다시금 일자리를 알아보게 됐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게 돼 아이와 함께 단둘이 살 날을 꿈꾸며 열심히 일하게 됐다. 하지만 그런 희망도 잠시 매장의 다른 직원들과 마찰을 빗게 됐고, 결국 한 달 조금 넘게 일한 뒤 일을 그만둬야 했다. 그들의 쌀쌀한 태도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아직 깨지 못한 자아의 굴레를 생각하면 꼭 그들만의 탓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애슐리에서 그를 만났다. 가슴에 아이를 안고 그에게 아이를 보여주면 그가 얼마나 이뻐해줄까 내심 기대했다. 뒤에서 그가 내 어깨를 토닥였고, 그의 인도를 따라 애슐리에 둥지를 텄다. 처음 와 본 셀러드바라 다소 어색했지만, 이내 곧 적응했다.

나와 그는 참 비슷한 면이 많았다. 그 역시 나에게 "당신이 나와 생각하고 살아가는 성향이 같기 때문에 이렇게 도와주는 거"라고 말했다. 그는 나에게 마냥 옳다고 말하지 않다. '우리'의 어설픈 사고 프레임이 삶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게 골자였다. 옳았다. 그의 입에서 쉼이 없이 쏟아지는 말을 들으면서 웃기도 울기도 했다. 서른 다섯 그리 적지 않은 나이에 나는 4개월된 핏덩이를 안고 차가우리만큼 냉정한 세상에 홀로 섰다.

현재는 그가 나를 돕고 있지만, 곧 그도 떠날 것이다. 인생은 항구이기에.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다. 새로이 일을 얻어야 하는데, 뭘 더 기대할 수 있을까? 공동화장실을 쓰는 지하 단칸방이 우리 아이에게 뭘 의미하는지 알기에 자꾸 눈물이 앞을 가린다.

하지만 후회하기에 아이와 내 삶이 너무 아련하다.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

"남편을 외계인이라고 생각해버려요. 아이에게 말하세요. 네 아버지는 외계인이라서 여기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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