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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내다를 만나다

수다공작소 2011. 7. 11. 12:44

 


조내다를 만났다. 그녀는 나와 무척 친했다. 서스럼없이 속내를 털어놓았고, 그렇게 단짝처럼 지냈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궁지에 몰리자 언제 그랬냐는 듯 나를 떠났다.

나는 조내다를 기억한다. 그녀의 한 마디에 뭍남성들이 움직였고, 그녀의 한 마디에 뭍여성들이 들썩였다. 그녀는 무리의 중심이 되었고, 그녀를 싫어했던 사람들까지 블랙홀처럼 흡수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녀의 탁월한 처세술을 부러워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나 역시 그녀의 진정성과는 무관하게 그녀와 친하게(?) 지내야 했었다. 그게 사회에 적응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그녀의 임신 소식을 들었다. 그렇게 세월은 흘러간다.

의외의 장소에서 제2의 조내다를 보게됐다. 누구보다 더 완전해야 하는 그녀는 이전에 만났던 조내다가 아니었다. 동료나 후배에게는 한없이 부담스러운 그녀지만 웃분들에게는 엄청 착착 맞는 타이라 웃분들이 좋아하는 듯 보인다. 왜 난 보인 듯이라고 표현할까?

나는 진실도 모르고 진심도 모른다. 진실과 진심은 상황이 만들고, 권력이 조장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짜인지 가짜인지는 그 연배의 사람이라면 은연중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현상을 보고 그대로 믿는 분도 있겠지만 지각있는 어른이라면 가식으로 섬기는 자의 달콤한 혀를 곧이 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와 함께 지내는 것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듯 하지만 등 뒤에서 비수를 꽂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엄습했다. 내가 없는 그 자리에서 나를 한없이 우스운 사람으로 만들었던 그녀.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는 게 정설인양 그녀의 감추고픈 비밀이 내 귀전에 멤돌았다. 나는 그 누구하고도 경쟁하고 싶지 않다. 그런 성향 탓에 서로 경쟁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됐건 지금 이순간 나는 내 삶의 새로운 파도를 헤쳐나가야 한다. 노인과 바다처럼 상어들에게 다 물어뜯긴 뼈만 앙상한 물고리기 신세가 될지도 모르지만, 다가올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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