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공작소
아프간의 역사적 비극을 개인사로 엮어낸 천개의 찬란한 태양 본문
할레드 호세이니의 다른 소설인 '연을 쫓는 아이'도 책장에 꽂혀 있는 걸 보았는데, 다음 번에는 그 책도 꼭 빌려와야겠다.
9.11 테러로 인해 새롭게 조명됐던 나라 아프가니스탄
9.11테러(?)사건(그것이 정말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자행된 사건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이후 중동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아프가니스탄 전쟁. 전후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 숨가뿌게 움직이고 있을 무렵 터진 탈레반의 한국단기의료선교팀의 억류. 이것만으로도 아프가니스탄은 충분히 의미 있는 나라이고, 화두의 쟁점이 되었다. 오죽했으면 2007년 여름, 일본 동경에서도 그 이야기를 꺼내며 친구와의 화를 자초했을까? 나름 검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잘 나간다던 모로코에서조차 그 이야기를 모르는 이가 없으니 그 당시 세상이 그 곳에서 벌어지는 그 일들에 대해 지독한 관심을 표명했으리라.
대강의 줄거리
잘릴과 나나(잘릴의 하인)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 마리암은 구잘의 세 명의 아내(본부인과 첩)의 압박으로 인해 나나와 함께 쫓겨나 유년 시절의 대부분을 세상과 단절된 채로 살아간다. 나나는 그런 마리암을 '하라미(사생아)'라 부르면서 그녀에게 현실을 직시하게 한다. 그러나 매주 목요일이면 어김 없이 찾아와 반겨주는 그의 아버지의 달콤한 말들로 인해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인 나나의 말을 믿지 않는다.
엄마의 말을 믿지 않았던 마리암, 결국 운명은 파국으로 치닫고
마리암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의 생일날 그녀는 그녀의 아버지인 구잘에게 자신의 형제들과 그의 소유인 영화관에서 피노키오(디즈니 에니메니션영화)를 보고 싶다고 졸랐다. 구잘은 그녀의 간절한 부탁을 외면하지 못한 채 다음날을 기약했지만, 그는 약속시간에 그녀를 보러오지 않았다.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그를 만나러 시내에 나가게 됐다. 그녀는 그동안 그녀가 사생아이기 때문에 받게 될 눈총이나 손가락질에 대해서 겁을 먹고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그녀를 쏘아보지 않았다. 그녀가 그의 아버지 구잘집에 도착했을 때 그녀는 그가 그 동안 그녀를 속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버젓이 그의 집에 있었고, 그녀는 철저히 외면당했던 것이다.
그녀가 뒤늦게 나나의 말이 진실임을 깨달았을 때, 이미 그녀는 딸이 떠난 것을 비관해 목을 매 자살을 선택한다. 이후 마리암은 잠시 동안 구잘의 집에 머물게 되고, 이후 그녀를 탐탁치 않게 여기는 그 집안의 식구들로 인해 멀리 카불까지 시집을 가게 된다. 이후 그녀는 새로 맞이한 남편과 잘 지내는 듯 보였다. 하지만 번번히 찾아오는 유산의 어두운 그림자가 그녀와 그녀의 남편 사이를 마구 갈라놓기 시작했다.
다 읽었다. 솔직히 이 정도 읽어으면 나중은 그만 봐도 되겠지 싶어 다른 책으로 슬그머니 넘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우연히 펼쳐든 곳에서 라일라가 라시드와 동침하는 부분이 나와 도저히 안 읽어내릴 수가 없었다.
눈물 없이 볼 수 없었던 이야기 두 편
[내 인생이 따뜻했던 날들]과 [내 이름은 엠마꿀레]를 읽었을 때 흘렸던 그런 눈물이 흘렀다. 번역자가 남긴 말에도 나오지만 '잘릴이 그의 딸 마리암에게 남긴 편지'는 정말 눈물 없이 못 읽을 정도다.
마리암의 남편 라시드의 첩이 될 비운의 운명, 라일라의 등장
마리암이 새로 정착하게 된 카불에는 라일라란 소녀가 살았다. 그들은 매우 가깝게 살았지만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다. 아프간의 상황은 급물살을 타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가 멀다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고 있었다. 라일라는 타리크를 좋았했다. 라일라의 오빠들이 전쟁으로 죽었고, 부모마저도 정신을 놓고 있는 상태라 타리크와 함께 아프간을 떠나지 못했지만 그들의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을 아지자라는 아이를 남긴다. 타리크가 떠나고 15일이 지나가 라일라의 부모 역시 피난을 선택했다. 라일라는 다시 타리크를 볼 수 있겠다는 상상에 무척 기뻐했다. 하지만 그 기쁨도 잠시 폭탄이 그녀의 집을 덮쳤고, 온전히 그녀만 살아남았다.
라시드의 거짓말로 타리크와 헤어진 라일라
라시드는 평상시 그녀를 눈여겨 보았었다. 그녀가 그렇게 된 이후 그녀를 끌고와 그의 집에서 치료를 도왔다. 소설의 후반에 등장하는 내용이지만 지인을 시켜 그녀가 좋아했던 타리크가 죽었다고 그녀에게 거짓말을 한 뒤 그녀를 아내로 맞는다. 라일라 역시 임신을 한 상태였고, 그녀가 혼자된 상태에서 처녀가 임신했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명을 따랐다. 라시드 역시 이를 눈치채고 있었으나 자신에게 사내를 나아줄 젊고 이쁜 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암묵적으로 그녀를 받아들였다. 결국 그녀는 아이를 낳았다.
마리암을 무시했던 라일라, 딸 출산 후 그녀와 정서적 동침을 하게 된다.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찬밥신세가 되었지만 마리암과 라일라를 연결해주는 귀중한 통로가 되었다. 이후 라시드의 억압적 행동은 도를 지나쳤다. 그러던 중 라일라가 진실로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되고 잘마이를 낳는다. 기나긴 전쟁은 라시드의 모든 것을 앗아갔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상점까지 불에 다 타버려서 더이상 아지자를 키울 형평이 되지 못해 그 아이를 고아원에 맡기게 된다. 이즈음 죽지 않고 살아있던 타리크가 나타나고 일의 전말을 들었다. 이를 눈치챈 라시드가 마지막 발악을 했는데, 결국 27년의 한을 참지 못한 마리암이 삽자루로 그의 머리를 일격한다. 마리암은 자신의 그 죄를 다 짊어지고 형장으로 향하고, 라일라와 타리크는 두 아이를 데리고 파키스탄으로 떠난다.
아프칸 전이 터지고 다시 아프칸이 전후복구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갈 때 라일라가 카불로 돌아가자 말했고, 그래서 그들은 아프간 재건 현장으로 돌아온다. 그녀는 마리암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마리암의 흔적을 찾던 중 마리암의 아버지가 남긴 편지글을 발견하게 되고, 마리암에게 남긴 그의 아버지의 유산(많지는 않지만 아버지의 사랑이 묻어나는)을 받게 된다. 그들은 모두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들만의 세상으로 말이다.
할레드 호세이니
이 책의 저자 할레드 호세이니 역시 아프칸 사람이다. 아프칸이 소련의 영향으로 공산정권으로 바뀌면서 그의 가족들과 함께 미국으로 망명했다. 생활보호대상자로 근근히 살아가다 결국 의사가 되었는데, 그의 인생고가 소설 속에도 그대로 묻어나니 버릴만한 인생은 하나도 없을 것 같다.
아프칸의 슬픈 현실과 피로 점철된 과거. 여성의 인권이 바닥을 치고, 정치세력들 이리떼마냥 물고 죽이는.... 여전히 파키스탄은 탈레반의 자살폭탄에 떨고 있고, 아프간의 정치상황 역시 나이지지 않고 있다. 최근 미국 주요도시를 테러하겠다고 호언장담한 탈레반. 도대체 그들의 이슬람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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