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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다공작소
출산을 하면 달라지겠지 했다. 그가 이혼남이고 슬하에 초등학교 다니는 아들, 딸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뱃속의 아이 때문에 혼인신고를 하고 그의 집으로 들어갔다. 친정오빠는 그와 결혼하면 다시는 나와 마주하지 않겠다고 어름장을 놓았지만, 그때 당시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나는 외계인의 집에서 나왔다. 어떤 대안도 없이 무작정 팔순된 아버지의 지하 단칸방으로 몸을 옮겼다. 한 겨울 동장군이 맹위를 떨치는 오늘, 나는 그렇게 대책도 없이 살얼음이 언 세상으로 몸을 실었다. 남편은 밥 먹듯이 이혼을 말했고, 시아버지도 별반 다를 게 없었다. 출산 후 우울증 때문에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울었던 나였는데, 직장을 통해 알게 된 한 사람으로 인해 다시 '희망'을 꿈꾸게 됐다. 나는 면세점에서 오랜 ..
치과에 가야 할 때ㅣ2010.10.04 가끔은 모르는 게 약이다. 그래도 사람 심리라는 게 다 알고 싶은 게지. 알고 나니 또 시린 이 맘. "자꾸 시리면 치과 가야 해!" "무서워서라도 시리지 말자." 가끔은 백치처럼ㅣ2010.10.03 새가 왜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지 아니? 그건 머리가 비었기 때문이야. 인간이 왜 그리도 땅만 보고 힘들게 사는 줄 아니? 그건 머리에 든 게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가끔은 백치처럼 2010.09.30 평소 운동을 게을리했던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잘 뛸 수 없는 것은 당연지사. 일단 걷기부터 시작하라! 걸음마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죽을 힘ㅣ2010.09.29 일풍광음이 있다는 건 그 반대의 상황도 있다는 거다. 그래서 하루하루 버틸 수 있다. 나에게 빚진 너의 하루ㅣ..
내 영혼의 좌표는 사막 한가운데다. 목이 타들어갈 것 같다. 숨쉬는 것조차 불쾌할 정도로 공기가 붉게 타오른다. 저 멀리 여인의 젓가슴을 닮은 모래언덕 사이로 오아시스가 아른거린다. "조금만 더 가면 물이 있을 거야." 밟기만 해도 푹 꺼지는 물컹한 갯벌 위를 걷는 사람처럼 도저히 한 발자국도 뗄 수 없을 지경이지만 이대로 죽기에 허망하니 젖먹던 힘까지 내보려고 한다. "신이시여! 부디 이 영혼의 갈한 심령에 단비를 부어주소서." 이마에 맺힌 땀마저 말라 실종된 상황에서 어디 눈물이 가당키나 할까? 사치다. 힘들 때면 언제나 공식처럼 울곤했던 어린 아이였는데... 설사 내 영혼이 육체를 떠나 저 세상으로 날개짓하더라도 누군가의 관심을 얻기 위해 과장된 눈물을 흘렸다면 그 자리엔 무관심만 덩그러니 있겠지?..
내 마음이라고 마음대로 해서는 안 된다. 그게 정답이다. 그런데도 자꾸 마음이 붉거진다. "아쉽다. 그냥 이렇게 헤어지는 건가?" 그의 발걸음이 십자가가 드리워진 길을 따라 약간의 마찰음을 내며 멀어진다. 붉게 충혈된 눈으로 아침을 맞고, 또다시 몇 가닥의 핏줄을 더한 눈으로 어둠 속으로 밀려들어간다. "오늘은 빨리 자야지." 한 달만 버티자 했거만 이내 눈 아래 오목진 곳에 짠내나는 불청객이 찾아든다. "한 달이야. 한 달이면 모든 게 온전해지겠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허물 벗듯 옷가지를 잔득 바닥에 늘여놓고, 컴퓨터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시킨 채 내일은 어떤 옷을 입을까 잠시 허공에 줄을 긋는다. 어쩌면 이 내 마음을 가릴려고 아둥대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본디 속과 겉이 다르니까. "깨끗..